배송이 불안해지면 재고부터 늘려야 할까

공급망이 흔들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상품이 제때 도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단순한 방법은 평소보다 많은 재고를 미리 확보하는 것입니다. 상품이 늦게 들어와도 창고에 여유 재고가 있다면 당장 판매에는 문제가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고를 늘리면 또 다른 비용이 발생합니다. 창고 공간이 필요하고 자금이 재고에 묶이며, 예상만큼 판매되지 않으면 할인이나 재고처분 부담도 커집니다.

최근 유럽 할인 유통업체 Pepco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재고를 더 쌓기보다 공급망의 선택지를 늘리는 방식입니다.


Pepco는 새로운 물류 거점을 만들었습니다

Pepco는 최근 폴란드 그단스크 인근에 새로운 물류센터를 열었습니다. 이 회사는 유럽 19개국에서 4,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해외에서 들어오는 상품을 어느 국가와 매장으로 보낼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특히 최근 해상운송 지연이 반복되면서 기존 방식의 부담이 커졌습니다.

Pepco의 물류 책임자는 Reuters에 자사 컨테이너 화물 가운데 제시간에 도착하는 비율이 약 35%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상품을 너무 일찍 배분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에는 상품이 아직 아시아에 있을 때부터 어느 지역으로 보낼 것인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운송에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면 그 사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국가에서는 판매가 빨라지고, 다른 지역에서는 수요가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몇 주 전에 결정한 재고 배치가 상품이 유럽에 도착했을 때는 최선이 아닐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정을 유럽에 도착한 뒤로 미뤘습니다

새로운 그단스크 거점의 일부는 Deconsolidation Center 역할을 합니다. 컨테이너가 유럽에 도착하면 상품을 풀고, 그 시점의 상황을 확인한 뒤 어느 지역으로 보낼지를 결정합니다.

즉, 아시아에서 목적지 결정 → 장거리 운송 방식에서 유럽까지 운송 → 현지에서 목적지 결정 방식으로 일부 의사결정을 늦추는 것입니다.상품을 늦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최종 목적지를 결정하는 시점을 늦추는 전략입니다.


재고를 더 쌓는 대신 선택권을 확보합니다

공급망이 불안하면 안전재고를 늘리는 전략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Pepco CEO는 회사가 추가적인 재고 버퍼를 크게 쌓는 대신 더 나은 화물 추적과 장기 운송계약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운송비 급등에도 대응하기 위해 컨테이너 운송 계약도 다음 여름 이후까지 확보했습니다. 결국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방법을 “상품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

에서 “상품이 들어온 뒤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 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재고의 가치는 수량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같은 1만 개의 상품이라도 이미 특정 국가와 매장에 배정된 재고와 아직 목적지를 바꿀 수 있는 재고는 가치가 다를 수 있습니다. 수요가 예상과 달라졌을 때 후자는 다른 지역으로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운영에서는 재고의 위치뿐 아니라 언제 최종 배치를 결정하는가 도 중요해집니다.

공급망이 안정적일 때는 미리 계획하고 그대로 실행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수가 많아질수록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뒤로 미루는 것이 하나의 경쟁력이 됩니다.


물류센터의 역할도 바뀝니다

물류센터는 일반적으로 상품을 보관하고 출고하는 장소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Pepco의 새로운 거점은 다른 역할도 합니다. 재고의 다음 목적지를 결정할 시간을 확보하는 장소입니다. 상품을 단순히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을 확인할 때까지 선택권을 유지합니다.

결국 물류센터가 공급망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공급망 회복력은 ‘재고량’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하려면 재고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는 안전재고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재고를 늘리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Pepco 사례처럼 운송 계약을 장기화하고,화물 위치를 더 정확하게 추적하고, 재고의 최종 목적지를 늦게 결정할 수 있는 물류 거점을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이 생겼을 때 바꿀 수 있는가입니다

좋은 공급망은 모든 것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공급망만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측이 틀렸을 때 빠르게 바꿀 수 있는 구조도 중요합니다. 어디에서 수요가 발생할지, 운송이 얼마나 지연될지,비용이 어떻게 변할지를 완벽하게 맞히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공급망 경쟁력에서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많은 재고를 확보했는가?”뿐만 아니라 “상황이 바뀌었을 때 그 재고의 목적지를 얼마나 늦게까지 바꿀 수 있는가?” 가 될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재고를 더 쌓는 것보다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한 전략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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