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쉬는 날에도 배송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추석에는 택배도 멈춥니다

온라인에서는 언제든 주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품을 실제로 움직이는 물류망은 그렇지 않습니다. 올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택배사는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배송을 중단했습니다.

일반 지역의 연휴 전 배송을 위한 집하 마감도 대부분 9월 22일이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은 열려 있어도 상품을 움직이는 물류망이 멈추면 배송 역시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모든 배송이 멈춘 것은 아닙니다

흥미로운 점은 기업마다 상황이 달랐다는 것입니다. 자체 물류센터와 배송망을 운영하는 쿠팡은 연휴 기간에도 정상적인 배송 체계를 유지했습니다. 컬리의 샛별배송은 9월 24일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추석 당일에도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했습니다.

다만 물류센터가 쉬는 25일 주문은 27일부터 배송됐습니다. SSG닷컴 역시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배송망을 운영했습니다.

같은 연휴인데도 배송 가능 여부가 달랐던 것입니다.

차이는 쇼핑몰이 아니라 물류 구조에서 발생합니다

일반적인 온라인 판매자는 택배사의 배송망을 이용합니다. 상품을 포장한 뒤 택배사에 넘기면 이후 배송은 택배사가 담당합니다. 효율적인 구조지만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택배사가 멈추면 판매자도 영향을 받습니다. 반면 자체 물류센터와 배송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기업은 운영 일정을 직접 설계할 수 있습니다.

배송 서비스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자체 물류망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만이 아닙니다

기업이 자체 배송망을 만드는 이유를 흔히 빠른 배송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장점은 더 넓습니다. 언제 출고할지, 어느 지역에 배송할지, 휴일에 어떻게 운영할지, 주문량이 급증하면 인력을 어떻게 배치할지 등을 직접 결정할 수 있습니다.

즉 자체 물류망의 경쟁력은 단순히 몇 시간 빨리 배송하느냐가 아니라 운영을 얼마나 직접 통제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물론 직접 운영에는 큰 비용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자체 물류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물류센터, 배송 차량, 시스템, 배송 인력, 관리 조직까지 필요합니다. 평소 주문량이 충분하지 않다면 오히려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외부 택배망을 사용하면 여러 기업의 물량을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훨씬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물류에서는 항상 선택이 필요합니다. 비용 효율성을 얻는 대신 외부 네트워크에 의존할 것인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운영 통제력을 확보할 것인가.

휴일은 물류 구조의 차이가 가장 잘 보이는 순간입니다

평소에는 대부분의 쇼핑몰이 비슷하게 보입니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또는 며칠 뒤 상품이 도착합니다. 하지만 택배망이 멈추는 명절이나 주문량이 급증하는 시기가 오면 차이가 나타납니다. 누가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누가 배송망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단계까지 직접 통제하고 있는지가 고객 경험에 영향을 줍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공급망 구조가 예외 상황에서 드러나는 것입니다.

물류의 경쟁력은 ‘예외 상황’에서 확인될 수 있습니다

좋은 물류 시스템은 정상적인 날에 상품을 잘 보내는 것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명절, 폭설, 주문 폭증, 택배망 중단처럼 평소와 다른 상황에서도 운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추석 배송 사례는 간단한 사실을 보여줍니다. 배송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택배차 한 대가 아닙니다. 그 뒤에 있는 물류센터와 인력, 시스템 그리고 배송 네트워크 전체입니다.

그래서 기업이 물류 전략을 설계할 때 필요한 질문은 “평소 얼마나 빨리 배송할 수 있는가?”뿐 아니라 “기존 물류망이 멈췄을 때도 우리는 상품을 움직일 수 있는가?”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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