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릴지 모르는데 왜 먼저 많이 만들어야 할까

패션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이 팔릴지 미리 맞히는 것입니다

새로운 옷을 출시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기업은 먼저 판매량을 예상합니다. 그리고 원단을 주문하고 생산한 뒤 상품을 창고에 넣습니다. 문제는 판매 결과를 알기 전에 생산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상보다 많이 팔리면 품절되고, 예상보다 적게 팔리면 재고가 남습니다. 패션기업에게 재고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국내 기업이 다른 방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9월 23일 나인앤컴퍼니는 사업 구조 개편과 함께 기존 패션사업의 운영 방식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나인앤컴퍼니는 플러스사이즈 여성의류 브랜드 “09WOMEN”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약 450억원, 영업이익 약 6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회사가 강조한 것 중 하나가 초고속 반응 생산시스템입니다. 처음부터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식보다 실제 시장 반응에 빠르게 대응하는 구조입니다.

왜 처음부터 많이 만들지 않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 새로운 티셔츠를 10,000장 판매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10,000장을 먼저 생산하면 개당 생산비를 낮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3,000장만 판매된다면 7,000장이 남습니다.

남은 상품은 창고 공간을 차지하고,결국 할인하거나 폐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적은 수량을 생산하고 판매 반응을 확인한 뒤 추가 생산할 수 있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예측이 틀렸을 때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재고관리의 출발점이 달라집니다

전통적인 방식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수요 예측 → 대량 생산 → 판매 반응 생산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소량 생산 → 판매 반응 확인 → 추가 생산 완벽하게 미래를 예측하려 하기보다 실제 판매 데이터를 빠르게 생산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즉 중요한 능력이 예측 정확도에서 반응 속도로 이동합니다.

특히 SKU가 많아지면 이 차이가 커집니다

패션은 같은 디자인이라도 사이즈와 색상이 달라집니다. 색상 5개에 사이즈가 6개라면 하나의 디자인에서만 30개의 SKU가 만들어집니다. 상품 종류가 늘어날수록 어떤 조합이 많이 팔릴지 정확하게 맞히기는 어려워집니다. 나인앤컴퍼니 역시 앞으로 모든 치수를 다루는 신규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이즈 범위가 넓어질수록 재고 운영 능력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재고를 줄이는 방법은 할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재고가 많이 남으면 기업들은 흔히 할인부터 생각합니다. 하지만 할인은 이미 만들어진 재고를 처리하는 방법입니다. 더 좋은 방법은 애초에 잘못된 재고를 많이 만들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판매 데이터를 빠르게 확인하고,잘 팔리는 상품은 추가 생산하고,반응이 약한 상품은 생산을 확대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재고 문제를 창고에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단계에서 예방하는 것입니다.

대신 공급망이 빨라야 합니다

물론 이런 방식에도 조건이 있습니다. 추가 생산에 몇 달이 걸린다면 판매 데이터를 빠르게 확인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상품기획, 원단 확보, 생산, 입고까지 연결되는 공급망 전체가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서 반응 생산의 경쟁력은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데이터를 확인한 뒤 실제 상품을 얼마나 빨리 다시 공급할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결국 재고 경쟁력은 예측보다 대응일 수 있습니다

기업은 항상 미래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무엇을 선택할지 완벽하게 맞히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접근도 가능합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맞히려고 하기보다 틀렸다는 사실을 빨리 확인하고 생산량을 빠르게 바꾸는 것입니다.

재고관리의 경쟁력은 앞으로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했는가?”뿐 아니라 “예측이 틀렸을 때 얼마나 빨리 대응할 수 있는가?” 에서 결정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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