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이 잘 팔리려면 먼저 물류팀부터 만들어야 할까

온라인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상품을 하나 만들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고 상품을 등록하면 바로 판매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 운영은 그다음부터 시작됩니다. 상품을 보관하고, 주문을 확인하고, 포장하고, 송장을 출력하고, 택배사에 전달하고,고객 문의와 교환·반품까지 처리해야 합니다. 주문이 하루 몇 건일 때는 직접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문이 갑자기 수백 건 들어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판매가 잘되는 것이 오히려 운영 문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흥미로운 사례가 나왔습니다

9월 26일 ZDNet Korea가 보도한 사례입니다. 구독자 약 50만 명의 유튜브 채널 ‘웃다가’는 티셔츠와 수건 등 자체 굿즈 3종을 총 900개 한정으로 판매했습니다. 결과는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900개가 48시간 만에 모두 판매됐습니다. 매출은 2,400만원 이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물류 관점에서 더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들이 상품 900개를 직접 쌓아놓고 하나씩 포장해 발송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류는 외부 인프라를 이용했습니다

웃다가는 쇼핑몰 운영에 카페24의 커머스 인프라를 활용했습니다. 상품을 유튜브 콘텐츠와 연결해 고객이 영상에서 바로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상품 보관부터 포장과 출고까지는 카페24의 ‘매일배송’을 이용했습니다.주말을 포함해 주 7일 출고하는 구조입니다. 콘텐츠 제작자는 콘텐츠와 상품에 집중하고, 물류 운영은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판매량이 늘어나면 조직도 커져야 했습니다

온라인 판매가 성장하면 일반적으로 해야 할 일이 늘어납니다. 더 큰 창고가 필요하고, 포장 인력이 필요하고, 재고관리 담당자가 필요하고, 택배사와 계약해야 합니다.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운영 조직도 함께 커지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풀필먼트가 발전하면서 이 공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기업이 직접 물류 인프라를 소유하지 않아도 판매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900개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창고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사례를 단순하게 보면 작은 굿즈 판매 사례입니다. 하지만 구조를 보면 꽤 중요한 변화가 있습니다. 상품을 900개 판매하기 위해 창고를 임대하고, 직원을 채용하고, 포장 설비를 구입하고, 택배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초기 비용이 상당히 커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존재하는 물류 인프라를 사용하면 이런 고정비를 상당 부분 변동비로 바꿀 수 있습니다. 팔기 전에 투자하는 구조에서, 팔리는 만큼 사용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입니다.

이것은 작은 브랜드에게 특히 중요합니다

대기업은 주문량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나 작은 브랜드는 다릅니다. 첫 상품이 100개 팔릴지, 1,000개 팔릴지, 10,000개 팔릴지 알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물류센터와 인력은 판매량이 결정되기 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상보다 적게 팔리면 시설과 인력이 남습니다. 예상보다 많이 팔리면 배송이 밀립니다. 그래서 초기 브랜드에게 물류는 단순한 배송 문제가 아니라 수요 불확실성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풀필먼트는 이 위험을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여러 판매자가 하나의 물류 인프라를 함께 사용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각 판매자가 창고를 하나씩 만드는 대신 하나의 대형 물류센터를 공유합니다.포장 인력도 공유하고, 출고 시스템도 공유하고, 택배 계약도 공유합니다. 판매량이 작은 브랜드도 대규모 물류 인프라의 일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서버와 비슷합니다.과거에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서버를 직접 구매해야 했지만 지금은 필요한 만큼 클라우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류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판매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이유입니다

과거에는 상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웠습니다.상품 뒤에 운영 시스템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쇼핑몰 구축, 결제, 주문관리, 재고관리, 물류, 배송같은 기능을 외부 서비스로 조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콘텐츠와 고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직접 상품을 판매하기가 점점 쉬워지고 있습니다. ZDNet 역시 최근 쇼핑몰 구축부터 주문처리와 배송까지 지원하는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크리에이터 커머스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대로 물류기업의 고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 물류기업의 주요 고객은 대형 제조사나 유통기업이었습니다. 물량이 충분히 큰 기업이 물류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풀필먼트 시스템이 발전하면 고객의 범위가 훨씬 넓어집니다.

1인 브랜드, 유튜버, 인플루언서, 작은 온라인 판매자도 물류서비스의 고객이 될 수 있습니다. 물류기업 입장에서는 한 고객의 거대한 물량을 처리하는 사업에서 수많은 작은 판매자의 물량을 모아 처리하는 사업으로 시장이 확장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문량보다 주문량의 변동성일 수 있습니다

온라인 커머스에서는 항상 평균 주문량만 보는 것이 위험합니다. 평소 하루 50건이던 브랜드가 특정 영상이나 콘텐츠가 화제가 되면서 하루 만에 1,000건의 주문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순간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상품은 팔렸는데 포장이 따라가지 못합니다. 출고가 밀리고, 고객 문의가 증가하고, 취소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작은 브랜드에게 좋은 물류 시스템은 단순히 저렴한 시스템이 아니라 갑자기 주문량이 늘어났을 때 버틸 수 있는 시스템이어야 합니다.

커머스 경쟁력의 기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규모가 큰 기업이 유리했습니다. 큰 창고를 만들 수 있고, 많은 직원을 고용할 수 있고, 대규모 물류 시스템에 투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인프라를 서비스 형태로 빌려 사용할 수 있다면 작은 브랜드도 비슷한 운영 능력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쟁의 기준은 조금 달라집니다. 누가 더 큰 창고를 가지고 있는가보다 누가 더 좋은 상품과 고객을 가지고 있는가가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물류는 ‘소유’에서 ‘접속’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모든 브랜드가 창고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판매자가 포장 직원을 고용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필요할 때 기존 물류 인프라에 연결할 수 있다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초기 비용은 크게 줄어듭니다. 이번 국내 사례에서 흥미로운 숫자는 900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900개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별도의 물류조직을 먼저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커머스에서 중요한 능력은 물류 인프라를 얼마나 많이 소유하고 있느냐보다 필요한 순간에 얼마나 빠르게 좋은 물류 인프라에 연결할 수 있느냐가 될지도 모릅니다.

You may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