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에 실패한 상품은 어디로 갈까
배송은 고객의 문 앞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커머스 주문이 발생했습니다. 상품을 피킹하고 포장한 뒤 택배사에 전달합니다. 그리고 고객에게 배송합니다. 여기까지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소가 잘못됐거나 고객에게 전달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반적으로 상품은 판매자에게 다시 돌아갑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공개된 자료를 보면 상당수 상품이 고객에게도, 판매자에게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갈 곳 없는 소포’가 45% 증가했습니다
미국 우정청 감사실(USPS OIG)은 9월 22일 Mail Recovery Center 운영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Mail Recovery Center는 배송할 수도 없고 발송자에게 돌려보낼 수도 없는 이른바 ‘dead mail’을 처리하는 곳입니다. 감사 결과 최근 조사된 12개월 동안 이곳으로 들어간 소포가 45% 증가했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이 2025회계연도에 접수한 분실 소포 관련 불만도 500만 건 이상이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배송 실패가 증가했다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약 1,900만 개의 소포가 들어온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감사 결과 해당 12개월 동안 Mail Recovery Center로 보내진 소포는 약 1,900만 개로 추정됐습니다. 이 가운데 약 75%가 상업 발송자에게서 나온 물량이었습니다. 특히 배송에 실패한 뒤 판매자에게 다시 보내지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일부 풀필먼트센터나 발송자가 반송 상품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상품은 다시 갈 곳을 잃게 됩니다.
왜 판매자는 자기 상품을 받지 않았을까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반송 비용입니다. 일부 저가 배송 서비스는 최초 배송에는 반송 서비스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고객에게 배송하지 못한 상품이 판매자에게 돌아오면 추가 운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상품을 다시 받는 순간 검수하고, 분류하고, 재포장하고, 재판매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재고 시스템에 다시 등록해야 합니다. FreightWaves가 감사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일부 반송 처리비용은 상품 가치의 20~65%에 이를 수 있습니다.
상품 가치보다 회수와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회수하지 않는 것이 더 싸다’는 계산이 생깁니다
10달러짜리 상품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상품을 다시 가져오기 위해 배송비를 내고, 직원이 상품을 확인하고, 다시 포장하고, 창고에 넣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 상품 가격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문제는 판매자가 상품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상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누군가는 그 상품을 처리해야 합니다.
이번 감사에서는 그 비용 일부가 결국 USPS 쪽으로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소 1억6,300만 달러 규모의 비용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USPS OIG는 2023년 10월부터 2026년 2월까지 반송우편료 미회수로 최소 1억900만 달러, 잠재적인 거부 수수료와 관련해 5,400만 달러의 영향을 추산했습니다. 합치면 약 1억6,300만 달러입니다.
감사실은 발송자가 반송 상품을 거부하면서 USPS가 상품 처리와 폐기 부담까지 떠안는 구조를 지적했습니다. 반품 비용이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이동한 것입니다.
더 놀라운 문제는 재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감사 과정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Mail Recovery Center가 실제 받은 소포량은 내부 보고보다 약 4배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운영 데이터가 실제 물량을 정확하게 보여주지 못했던 것입니다. 반환 성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센터는 고객에게 상품의 39%를 돌려줬다고 보고하고 있었지만 감사실이 확인한 실제 비율은 1% 미만이었습니다.
측정 방식과 스프레드시트 계산 오류 등이 원인으로 지적됐습니다.
물류에서 잘못된 데이터는 잘못된 운영을 만듭니다
이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한 분실 택배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류센터가 실제로 처리하는 물량을 정확히 모르면 필요한 인력도,필요한 공간도,처리 능력도 제대로 계획하기 어렵습니다. 39%가 해결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조직과 실제로 1%도 해결되지 않는 조직이 내려야 할 운영 결정은 완전히 다릅니다.
보이지 않는 재고는 관리할 수도 없습니다.
이커머스에서 ‘배송 실패 비용’도 계산해야 합니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주문당 배송비를 계산합니다. 피킹 비용, 포장비, 택배비, 라스트마일 비용을 관리합니다.하지만 모든 주문이 정상적으로 배송되는 것은 아닙니다. 배송에 실패하면 새로운 비용 구조가 시작됩니다. 반송 운송비 → 검수 → 재포장 → 재입고 → 재판매 또는 폐기입니다. 상품 가격이 낮을수록 이 과정은 더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저가 상품일수록 역설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상품 가격이 높다면 비용을 들여 회수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하지만 상품 가격이 낮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회수비용이 상품 가치에 가까워질수록 기업은 상품을 회수하지 않는 선택을 고민하게 됩니다.
이것은 최근 이커머스에서 일부 상품에 대해 등장한 ‘반품 없는 환불’과도 연결되는 경제적 구조입니다. 상품을 다시 가져오는 것이 항상 가장 경제적인 선택은 아닙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마지막 비용을 부담합니다
상품을 회수하지 않으면 판매자의 비용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품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택배사, 우편사업자, 물류센터, 폐기업체 등 누군가는 마지막 처리를 담당해야 합니다.
그래서 반품과 배송 실패를 볼 때는 “판매자에게 얼마가 드는가?”뿐 아니라 “전체 물류망에서 최종적으로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가?” 까지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배송의 마지막 단계는 ‘배달 완료’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배송 성공률을 중요하게 관리합니다. 하지만 실패한 주문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운영 경쟁력의 일부입니다. 배송되지 않은 상품을 다시 회수할 것인지, 재판매할 것인지, 폐기할 것인지그리고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까지 설계돼야 합니다. 이번 USPS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합니다. 상품은 배송에 실패했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다시 운송하고, 누군가는 분류하고, 누군가는 보관하고,결국 누군가는 처리 비용을 부담합니다.
그래서 이커머스 물류에서 진짜 마지막 단계는 고객에게 배송하는 순간이 아니라 배송에 실패한 상품의 다음 목적지까지 결정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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