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해커톤은 해커만의 리그가 아니다 — Push to Prod Seoul 참가기

Push to Prod Seoul

불과 5년 전만 해도 해커톤은 해커와 프로그래머만의 리그였다. 나처럼 개발 직군이 아닌 사람은 어떤 대회인지 알기만 할 뿐, 참여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AI의 등장으로 비개발 직군도 점차 개발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AI를 활용한 해커톤도 함께 늘고 있다.

AI 기업 입장에서도 비개발자의 참여는 반가운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AI 거품론’뿐 아니라, 최근의 Glasswing 프로젝트나 Fable 5 접근 차단처럼 자사 모델의 위험성을 부각해 불안감을 키우는 듯한 마케팅 역시 AI를 둘러싼 부정적 인식을 가중한다고 생각한다. 비개발자들이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모습은 바로 그런 인식을 누그러뜨리는 데 효과적이다. 그래서 AI를 활용한 해커톤은 앞으로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Push to Prod는 Anthropic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시그니처 해커톤 시리즈다. 지금까지 인도(벵갈루루), 싱가포르, 핀란드(헬싱키)에서만 열렸고, 이번 ‘Push to Prod Seoul’은 전 세계에서 네 번째이자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된 자리였다. 국내 최대 스타트업 박람회인 NextRise 2026의 공식 사이드 이벤트로, Anthropic과 Replit이 한국투자파트너스·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와 함께 마련했다. 무엇보다 Anthropic과 Replit 본사 엔지니어들이 현장에 직접 나와 일대일로 코칭을 해 주었는데, 시드부터 프리 IPO 단계의 스타트업이 선별되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참가 자체만으로도 적잖은 의미가 있었다.

Three man sitting as a team

운 좋게도 지난 6월 18일, 우리 팀도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었다. 제한 시간 2시간 동안 빌드한 결과물을 기획서와 영상으로 설명하고 홍보하는, 형식 자체는 비교적 단순한 대회다. 그럼에도 참가 팀들의 면면이 워낙 쟁쟁해,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값진 경험이 되었다.

참가를 위해서는 예선을 통과해야 했는데, 팀 단위 대회임에도 개인 프로젝트를 하나씩 제출해야 했다. 회사에서 쓰는 MVP 성격의 프로젝트 말고는 마땅히 낼 것이 없었던 터라, 여러 엑셀 파일을 병합하고 파싱해 주는 웹 서비스를 Claude Code로 급히 만들었다. 하필 시골에 내려가야 하는 주말이었던 탓에, 이동하는 차 안에서 맥북을 두드려 가며 간신히 마감 시간에 맞춰 빌드를 끝냈다.

실력 있는 개발자라면 모를까, 비개발자가 이동하는 차 안에서 간단한 웹 서비스를 빌드부터 배포까지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시대가 분명히 달라졌음을 실감하게 한다. 특히 Superpowers나 Frontend design 스킬 같은 도구를 활용하면 제법 ‘그럴듯한’ 웹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누군가는 아직 멀었다고 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프로그래밍 능력 자체가 걸림돌이 되는 시기는 머지않아 끝날 것이라고 본다.

push to prod photo

우리 팀도 주어진 2시간을 꽉 채워 결과물을 빌드했고, 대회가 끝난 뒤에는 다른 팀들의 결과물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었다. 꽤 괜찮은 아이디어가 곳곳에 눈에 띄었는데, 그중에서도 계정별로 저장소 접근 권한을 차등 부여해 답변하는 챗봇 AI가 가장 인상 깊었다. 실무에서 C레벨과 팀별로 내부 자료 접근 권한을 다르게 설정하는 방식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AI 시대에는 실제 개발 능력보다 아이디어와 도메인 전문성, 그리고 관리 역량이 한층 더 중요해질 것이다. Anthropic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문성이 높을수록 Claude를 활용한 작업의 성공률이 높았고, 특히 전문가 수준의 세션은 초보자 대비 성공률이 두 배 이상이었다. 또한 관리 직군이 개발 직군보다 근소하게 높은 성공률을 보였는데, 이는 사람을 관리하는 역량이 AI를 다루는 데에도 어느 정도 전이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Hitzig et al., 2026).

앞으로는 기존 개발자보다 도메인 지식이 깊거나 인력 관리에 능한 사람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의 정의 자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Claude 사용자 8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생산성 향상을 언급한 응답자 중 48%는 업무 범위의 확장을, 40%는 속도 향상을 가장 큰 효과로 꼽았다(Massenkoff & Huang, 2026).

AI가 더 많은 고급 데이터를 학습할수록, 도메인 지식에서 비롯된 격차마저 점차 좁혀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업무를 직접 익혀야 한다’는 통념을 내려놓고, 마치 가업을 물려받은 2·3세 경영인이 그러하듯 ‘사람(AI)을 다루는 법’부터 배워야 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 문헌

Hitzig, Z., Massenkoff, M., Lyubich, E., Zhang, S., Heller, R., & McCrory, P. (2026, June 16). Agentic coding and persistent returns to expertise. Anthropic. https://www.anthropic.com/research/claude-code-expertise

Massenkoff, M., & Huang, S. (2026, April 22). What 81,000 people told us about the economics of AI. Anthropic. https://www.anthropic.com/research/81k-ec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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