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와 전복까지 온라인으로 사는 시대, 물류는 무엇이 달라질까
빠르게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상품이 있습니다
의류나 생활용품은 하루 정도 배송이 늦어져도 상품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우, 전복, 냉동식품은 다릅니다. 상품이 물류센터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고객의 문 앞에 도착할 때까지 적정 온도가 유지돼야 합니다.
배송은 성공했지만 온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면 물류는 사실상 실패한 것입니다. 최근 국내 온라인 장보기 시장이 커지면서 이런 저온 물류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추석 선물을 사는 방식부터 달라졌습니다
9월 24일 공개된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소비자패널 1,000명의 추석 선물 온라인 구매 비중은 10년 전 9.0%에서 최근 37.4%로 증가했습니다. 명절 음식의 온라인 구매 비중 역시 같은 기간 2.0%에서 21.0%로 늘었습니다. 올해 6월 온라인쇼핑 음·식료품 거래액도 전년 동월보다 10.4% 증가했습니다.
과거에는 한우나 과일을 직접 구입해 가지고 이동했다면 이제는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받는 사람의 주소로 바로 보내는 소비가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상품마다 필요한 온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주문이 늘어난다고 일반 물류센터에 상품을 더 많이 넣는 것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냉장 상품과 냉동 상품은 보관 조건부터 다릅니다.
유통기한도 관리해야 하고 먼저 들어온 상품을 먼저 내보내는 선입선출도 중요합니다. 특히 추석처럼 며칠 사이 주문이 집중되는 시기에는 문제가 더 어려워집니다. 평소보다 많은 상품을 빠르게 처리하면서도 상품의 온도와 상태를 동시에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CJ대한통운은 이달 새로운 저온센터를 열었습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해 CJ대한통운은 9월 경기 안성에 1만8,972㎡ 규모의 B2C 저온센터를 가동했습니다. 대형 식품기업만을 위한 센터가 아닙니다.
이곳에서는 112개 이커머스 셀러의 냉장·냉동 상품을 보관하고 포장해 소비자에게 배송합니다. 즉 작은 온라인 판매자도 자체 냉동창고와 배송 시스템을 모두 구축하지 않고 저온 풀필먼트를 이용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냉장과 냉동 상품도 한 상자에 담습니다
이번 센터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이종 합포장입니다. 고객이 냉장 상품과 냉동 상품을 함께 주문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두 상품은 보관 온도가 다릅니다. 기존에는 상품별로 별도 포장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성센터에서는 각각 다른 온도에서 상품을 보관하다가 출고 단계에서 한 상자로 합쳐 포장할 수 있습니다.
상품 특성과 배송 조건에 따라 포장재와 냉매도 다르게 적용합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하나의 주문이지만 물류센터 내부에서는 서로 다른 온도 조건을 가진 상품들이 마지막 단계에서 하나의 배송으로 합쳐지는 것입니다.
온도 관리도 사람이 계속 확인하는 방식에서 바뀌고 있습니다
저온 물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입니다. 센터에서는 AI 기반 시스템을 이용해 냉장·냉동 구역의 온도와 습도를 관리합니다. 냉동 구역은 영하 18도 수준의 환경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작은 이상도 상품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 주문과 상품 정보를 이용해 작업 동선을 줄이고 적절한 포장 방식도 결정합니다. 현장에서는 고속 출고 시스템을 통해 약 3초당 1박스 수준의 처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저온 물류에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온도 유지와 처리 속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것입니다.
콜드체인은 창고 하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냉동창고가 있다고 콜드체인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품이 생산된 뒤 보관 → 피킹 → 포장 → 상차 → 운송 → 고객 배송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온도가 관리돼야 합니다.
어느 한 구간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상품 품질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콜드체인의 경쟁력은 냉동창고의 크기보다 전체 과정에서 온도가 끊기지 않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신선식품 이커머스가 커지면 물류의 기준도 높아집니다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쉬운 상품은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의류와 전자제품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육류, 수산물, 냉장식품과 냉동식품까지 온라인 주문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물류가 해결해야 하는 조건도 늘어납니다. 상품마다 다른 온도,유통기한,포장 방식,배송시간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배송 품질은 ‘얼마나 빨리’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이커머스 배송 경쟁에서는 당일배송이나 새벽배송처럼 속도가 주목받습니다. 하지만 신선식품에서는 다른 질문이 하나 더 필요합니다.
“도착했을 때 상품이 어떤 상태인가?” 한 시간 빨리 도착했더라도 냉동상품이 녹아 있다면 좋은 배송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물류 경쟁도 단순한 속도 경쟁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빠르게 배송하는 능력과 상품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능력을 동시에 갖추는 것. 한우와 전복까지 온라인 장바구니에 들어가는 시대에는 물류센터가 단순히 상품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 상품의 품질까지 관리하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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